October 10 2017

[테마진단] 정권과 싸우는 이민자, 역사와 싸우는 트럼프 (중앙일보)

차주범/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트럼프 정부가 시작된 지 10개월이 안 됐다. 마치 10년은 된 듯한 착각이 든다. 괴로움은 시간을 더디게 만든다. 트럼프는 공약을 열심히 이행 중이다. 후보 시절 국경지대 애리조나에서 발표했던 10대 이민 정강정책을 정책화시키고 있다. 단속과 추방에 집중된 나쁜 공약들이다.

무슬림 입국 금지가 신호탄이었다. 취임하고 일주일도 안돼 발표한 깜짝 행정명령이다. 일전엔 2차 행정명령으로 북한도 포함된 임국 금지 대상 국가들을 발표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단속국은 정부기관 중 가장 분주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선 추방 우선순위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방침은 거의 모든 사람이 우선순위다. 누구든 걸리면 추방하겠다는 식이다.

연방 의회엔 합법 이민자의 숫자도 줄이는 법안이 상정됐다. 급기야 지난 9월 5일엔 조건부로 DACA도 철폐했다. 참으로 숨 가쁘게 이어진 반이민 정책 퍼레이드다. 트럼프에게 이민자란 잠재 테러리스트이며 미국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다.

이민자 커뮤니티는 다시금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20여 년간 이민 정책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희망과 절망이 중첩된 날들이다. 이민개혁 법안이나 드림액트가 통과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DACA는 비록 한계는 있지만 드리머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는 트럼프의 연이은 공격에 수세에 몰려있다. 사력을 다해 이민자의 권리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다. 반이민 정권을 상대로 한 힘겨운 싸움이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 기조는 자명하다. 과거로의 회귀다. 지금의 미국은 1965년 이민법(Immigration and Naturalization Act) 체재로 규정된다. 존슨 대통령이 서명한 65년 이민법엔 두 가지 중요한 조항이 있다. 아시안 국가에 배타적으로 적용되던 쿼터제를 없앴다. 그리고 가족 초청을 전면화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 미국은 다인종 국가의 면모를 갖췄다. 제도화를 통한 아메리칸 드림 정신의 실현이다. 특히 아시안은 지난 인구조사 결과 최근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집단이다.

트럼프는 지금 이민자에게 “꿈 깨”라고 말한다. 일련의 반이민 정책은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는 강렬한 선언이다. 트럼프식 정치의 자산은 성난 백인이다. 반대 세력은 트럼프를 전무후무한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그러니 그는 정치의 양극화를 더욱 증폭시켜 인종주의자들이 원하는 반이민 정책을 감행한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일부 백인만의 영광을 추구한다. 과거 유색 인종은 숫자도 적고 하층 시민으로 머물렀다. 유색인 이민자를 위한 나라는 없었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가 60년대 민권운동을 기점으로 정착시킨 사회구조를 파괴한다. 그는 지금 역사를 상대로 한 싸움을 수행 중이다.

정권에 맞서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쟁투는 힘든 싸움이다. 현재의 반이민 정책을 이겨내고 미국의 미래상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하는 과제다. 사실 어떻게 보면 트럼프가 더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

역사는 느리게나마 발전한다. 종국에는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변화한다. 문제는 언제나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당면한 반이민 정책은 숱한 피해자를 양산한다. 가족 생이별을 강요한다. 역사의 흐름은 이민자의 편이다. 그러나 명분은 멀고 고통은 가깝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싸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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