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6 2017

[테마진단] 뉴욕주 선거법 꼭 개정해야 (중앙일보)

차 주 범 /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미국 대통령은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를 발표한다. 국회의사당에 연방 상·하원 의원 전원과 일반인이 포함된 초청 인사들이 집결해 경청한다. 대통령은 당해 연도의 국정운영 청사진과 주요 안건들을 제시한다. 조만간 취임할 트럼프도 그의 첫 번째 연두교서 발표를 한다. 다수가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가늠할 기회다.

뉴욕주지사도 연두교서(State of the State)를 발표한다. 통상 주도인 올바니에서 실시한다. 금년에 쿠오모 주지사는 특별한 방식을 기획했다. 1월 9일에 뉴욕시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시작으로 뉴욕주 일원을 순회하는 연두교서 투어를 했다. 주민들과 가깝게 접촉하며 이해를 구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지사 사무실은 설명한다. 

동시에 쿠오모는 연초부터 우선순위로 추진할 정책들을 시리즈로 발표했다. 여기엔 공립대학 학비 면제, 저소득층 가정 양육비 감세혜택, 사회 기반시설 증축과 보수, 사법제도 개혁과 기타 현안까지 두루 포함된다. 상당히 방대한 규모다. 일각에선 뒤죽박죽이란 뜻의 영어 문구인 ‘hodgepodge’란 표현을 동원해 폄하하기도 한다. 

정책은 결국 예산과 연동된다. 일부 정책은 실현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쿠오모의 야심만만한 정책들이 주의회와의 다음 회계연도 예산 협의에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한편 쿠오모의 우선순위 정책들 중엔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지 않는 좋은 제안도 있다. 지난 8일에 쿠오모가 정책 발표 시리즈의 8번째로 내 놓은 뉴욕주 선거법 개정이다. 쿠오모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사전투표 도입, 자동 유권자 등록 시스템 마련과 선거일 유권자 등록 허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사전투표는 선거일 12일 전 부터 미리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현재 질병 등을 이유로 가정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하는 부재자 투표는 실시되고 있다. 사전투표는 카운티별로 인구 5만명 당 한 곳씩 투표소를 지정해 투표를 시작하자는 복안이다. 선거일에 투표소 방문이 힘든 상황인 유권자에게 유익한 제도다. 

자동 유권자 등록은 차량국 서비스와 연계한 발상이다. 차량국이 운전면허증 신청서의 이름과 주소를 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해 별도의 절차 없이도 유권자로 등록되는 행정 처리다. 자동 유권자 등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운전면허증 신청서의 ‘거부(Opt Out)’란에 표시하면 된다. 선거일 유권자 등록은 선거일 당일에도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허용하는 방침이다. 현재 뉴욕주는 각 선거별로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 적용된다. 다른 13개 주와 워싱턴 디시가 선거일 유권자 등록을 실행하고 있다. 

쿠오모의 선거법 개정이 추구하는 방향은 진일보한 선거 행정이다. 만약 법제화된다면 유권자 수를 늘리고 선거 참여를 확대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뉴욕주의 경우 주나 시 차원의 지역 선거는 투표율이 저조하다. 특히 예비선거는 10%가 겨우 넘는 수준이다.

선거법 개정은 선거 출마자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전투표와 선거당일 유권자 등록이 도입되면 선거 전략 수립과 캠페인 운용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한편 지금도 부실한 선거행정을 일삼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면 제대로 운용할 책임이 있다.

선거법 개정은 이전부터 요구가 높았다. 문제는 뉴욕주 상원의 반대였다. 뉴욕주 상원은 주정치의 블랙홀이다. 주상원에서 개혁 법안의 입안과 통과가 빈번히 좌절됐다. 몇 년째 주하원 통과와 주상원에서의 누락이 반복되고 있는 드림액트가 한 예다.

뉴욕주 정치와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기능이 실종된 상태다. 유권자 다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감시자로서의 지위가 약화된다. 전 주하원의장을 필두로 마음놓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정치인도 속출한다. 그러면 주민들은 정치를 더욱 혐오하고 방치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선거법 개정은 선거 행정의 개선과 함께 주민의 선거 참여를 증진시킨다. 정치를 바로 세우는 작은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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