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02 2018

[기고문] 윈윈 게임인 운전면허 정책 변화 (한국일보)

2005년에 연방의회는 리얼 아이디법을 통과시켰다. 9.11 사건의 여진에 따른 반이민 기류를 타고 법제화된 정책이다. 대게의 반이민 법처럼 리얼 아이디법도 실질 효과는 거의 없다. 이민자 인권 탄압과 행정상의 혼란만 야기했다. 리얼 아이디 법은 운전면허 취득에 소셜 번호 제시를 의무화하여 막대한 파장을 불러왔다. 

당시 뉴욕주만 하더라도 약 30만 명의 이민자가 갱신을 못해 운전면허증을 상실했다. 그들은 그저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뉴욕주 발전에도 공헌하는 선량한 이민자들이다. 그중엔 한인도 상당수다. 리얼 아이디법은 ‘국가 안보’의 미명 하에 입안됐다. 

실제로는 이민자를 탄압하는 반이민 세력의 의도가 관철된 악법들의 하나로 기능한다.
운전면허증 발급 행정은 원래 각 주별 소관이다. 현재도 그렇다. 미국 내 모든 주는 별도의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관리한다. 리얼 아이디법이 행정과 주민 생활의 불편만 야기하자 일부 주들은 아예 정책을 변화시켰다. 현재 코네티컷을 비롯한 12개 주가 서류미비자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한다. 거기엔 최대 주이면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도 포함된다.

뉴욕주는 일찍이 유사한 운전면허 정책 변화를 시도했었다. 2007년에 엘리엇 스피처 전 주지사의 행정명령으로 서류미비자의 운전면허 취득을 허용했다. 그러나 프랭크 파다반 전 뉴욕주 상원의원과 워싱턴 정가 반이민 정치인들로부터 극심한 역풍을 맞고 몇 주 만에 철회했다. 수년간에 걸친 맹렬한 캠페인으로 정책 변화의 결실을 맺었던 이민자 단체들은 깊이 실망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리얼 아이디법이 시행된 지 2년 정도만 경과한 시점이었다. 현재는 리얼 아이디 액트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여러 주들이 정책을 바꾸었다. 10년 전에 운전면허 정책 변화를 앞장서 주도했던 뉴욕주가 그 대열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

민권센터와 뉴욕 일원의 이민자 단체들은 운전면허 정책을 바꾸기 위한 ‘그린라이트 캠페인’에 본격 돌입했다. 이에 발맞추어 마르코스 크레스포 주 하원의원은 관련 법안(A10273)을 마련하고 공동 지지 의원들을 조직하고 있다. 이민자 단체들은 그간 여러차레 올바니 주의회 청사를 방문하고 지역 주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풀뿌리 로비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한인 밀집 지역을 대표하는 론 김 주 하원의원이 법안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운전면허 정책 변화는 윈윈 게임이다. 뉴욕주에 해악은 없고 이익은 막대하다. 초당파적 싱크 탱크인 재정정책연구소(FPI)의 연구조사가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진하는 정책 변화가 창출할 잠재 대상자인 서류미지자 숫자는 약 75만 명이다. 그중 26만 5,000명 정도가 즉각 운전면허를 신청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주와 카운티에 5,700만 달러의 추가 세금과 수수료 수입을 안겨준다. 아울러 차량 구입, 운전보험 가입, 차량 관련 소비와 기타 경제 활동으로 뉴욕주 경제를 살찌우는 긍정의 요소로 작용한다. 모두가 정식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운전을 하니 도로 안전도 배가된다. 운전면허 정책을 바꾼 주들의 교통사고 사망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통계도 있다. 

뉴욕주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서류미비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들은 뉴욕주 총생산의 3%인 400억 달러를 점유하고 노동력의 5%를 담당하며 매년 11억 달러의 주정부와 로컬 세금을 납부하는 주민이다. 이들도 뉴욕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기본 권리를 보장받고 살아갈 자격이 있다. 운전면허증 취득은 이들의 삶에 필수 요소인 기본권이다.

트럼프 시대에 극심한 반이민 정책과 이민자 인권 탄압이 반복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연방 차원의 드림액트 법제화도 무산됐다. DACA는 법률 소송에 휘말려 미래가 불투명하다. 따라서 주 차원의 좋은 이민 정책 입안이 각별히 요구된다. ‘이민자 피난처’를 자임하는 뉴욕주가 응당해야 할 일이다. 

<데이빗 최/민권센터 오거나이저>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80601/1182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