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03 2019

[커뮤니티 포럼] 난민들과 함께 한 국경에서의 일주일 (중앙일보)

정소냐 / 민권센터 이민 변호사  

 

[정소냐 변호사가 멕시코 티후아나로 진입할 때 통과한 입구. 티후아나에서의 실제 활동 모습은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찍을 수 없었다고 한다. [사진 민권센터]

지난 2월 나는 멕시코 티후아나 시를 방문했다. 티후아나는 샌디에이고와 인접한 국경 도시로 당일치기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내가 그곳에 머문 목적은 관광이 아닌 다른 이유다. 어려운 처지의 추방자 및 이주자와 난민을 돕는 국제단체인 'Al Otro Lado'가 주관한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서다. 그 단체의 활동은 난민 캐러반에 대한 언론의 과장을 초월하는 사실적 상황을 분명히 보여준다.

티우아나의 망명 신청자들 
심사 시스템 문제 더욱 악화 

이번 방문은 6여 년 전 나에게 이민법을 전공하도록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접하는 순간이라 특히 의미가 각별했다. 당시 나는 텍사스에 살았고 자료를 읽으며 확인한 중남미계 이주자들이 받는 대우, 그들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과 그들 앞에 겹겹이 쌓인 시스템 상의 문제 등은 내가 이민자 커뮤니티를 돕는데 법학 학위를 사용하기로 결심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그후 나는 그들의 문제로 직접 일할 기회는 없었다. 이런 까닭에 이번에 그들을 대면하게 되어 대단히 감격스러웠다. 불행하게도 6년 전에 상존했던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하며 심지어 더 악화되었다. 

숱한 이주자들이 국경에 나타나 보장된 권리에 의거한 망명 신청을 하려고 티후아나로 몰려든다. 누군가 언제든지 국경에서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면 미국 정부는 그들이 가진 두려움의 신빙성을 가리는 심사(Credible Fear Interview)를 하도록 되어있다. 이 절차로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망명 신청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러한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대신에 국경에서의 늘어나는 처리 요구 증가에 호응하기를 거부하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경을 통과하여 추운 수용 시설에서 고생할 난민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양말들. [사진 민권센터]]

충격적인 경험을 한 난민들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호출 

미국은 매일 평균 40명 정도만 통과를 허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저 본인의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각 이주민은 할당된 대기 번호를 보유하며 매일 아침 일련의 번호가 호출된다. 해당 번호에 속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국경을 넘어서야 한다. 만약 번호가 불리는 이른 아침에 그 자리에 없었거나 늦은 경우 또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호출을 듣지 못하면 대기자 명부의 맨 끝으로 옮겨진다. 현재 3000명 이상이 '명부'에 올라 한 달 이상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이 모든 과정은 임의적인 명부 작성부터 누가 그것을 감독하는지, 망명 신청자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되는지까지 터무니없이 불법적이다. 

자원봉사자로서 우리는 난민들이 샌디에이고로 진입하는 국경을 넘기 전에 망명 신청자를 위한 권리를 알려주는 프리젠테이션과 개별 심사 준비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나는 사전 점검과 인터뷰 준비를 돕는 활동에 지원하여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예멘, 아이티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가족들과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들로부터 가족의 충격적인 기억을 뒤로 하고 떠나온 이야기와 가족이 눈앞에서 살해당했거나 본인의 믿음 때문에 임의로 체포되어 감옥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사연을 직접 들었다. 일부는 그러한 일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본인 또는 자녀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끝없는 두려움 속에 살아갈 위험에 처한 상태였다. 

인터뷰 준비·스토리텔링 훈련 
'냉동박스' 구금 등 위험 감수 

개별 난민은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남았고 인터뷰 준비는 마치 스토리텔링 훈련과도 같았다. 먼 나라 외국인 심사관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진실을 말하는 법을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일반 스토리텔링과 다른 부분은 그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삶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점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대안의 삶을 추구하고자 거의 확실한 무기한 구금이 앞에 놓여있고 오랫동안 가족과 헤어지는 위험도 감수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엘 차파랄(El Chaparral)"로 알려진 입국장과 주변 지역에서의 법적 구제활동에도 자원했다. 우리는 그날 국경을 넘는 사람을 찾아내어 그들이 망명 신청을 하는 최선의 방법을 이해하도록 긴급 교육을 시도했다. 우리는 그 일을 최대 2분 안에 끝내야 했다. 자녀를 동반한 부모에겐 이름, 생년월일과 연락처를 자녀의 몸에 적어 헤어짐을 예방하도록 권장했다. 많은 경우 자녀의 팔이 너무 작아 그 모든 정보들을 적을 틈이 없을 때도 있었다. 어떤 부모는 자녀와의 이별을 걱정하고 준비를 하는 행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우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착용한 의복을 점검했다. 그들은 다음 절차에 놓이기 위해 수일 또는 수주 간에 걸쳐 '냉동박스(Hielera)'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엄청나게 추운 장소에 수용되기 때문이다. 이민 행정국 직원은 마지막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겨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따듯한 옷을 몸에 가장 가깝게 착용하라고 안내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문제의 '냉동박스' 수용을 대비하여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침대 시트를 들고 있었다. 멕시코 정부는 국경을 통과한 사람들을 15인승 밴차량에 꾸겨넣어 망명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시작되는 제3의 장소로 이동시켰다. 한편에는 사람들과 짐가방들이 사방팔방에 널렸고 국경 통과를 위한 명단에 등재되기 위해 엄청나게 긴 줄이 늘어섰다.

쫓기고 불충분한 시간 속 조언 
최선 다해도 법은 협소한 렌즈 

자원봉사 마지막 날 나는 다음날에 번호가 불릴 아이티에서 온 남성을 면담했다. 그는 앞으로의 상황과 준비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전화로 연결된 크레올 통역원을 통해 약 1시간 만에 그로부터 많은 사항들을 파악하고 조언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나는 마음이 조급했다. 약 30분의 불충분한 시간 동안 그의 고통스러운 '스토리'를 듣고 나는 그에게 말해야 했다. 당신이 나에게 설명한 방식으로는 미국 정부가 당신의 고통은 망명 신청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일반화된' 것으로 판단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망명 신청에 부합하도록 그의 이야기를 다듬는 시도를 했다. 그는 나의 조언을 듣고 나서 다음날 국경 통과를 시도하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에게 망명의 기준이 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써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적어 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특정 사회 그룹"을 되뇌이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이 내겐 너무나 힘들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의견이고 최종 결정은 당신의 몫이라고 몇 번을 강조해도 대게 난민들은 약자의 위치에서 자원봉사 변호사의 말에 근거하여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위한 가장 적합한 결정을 어떻게 변호사가 완벽하게 내리겠는가? 그가 요행히 국경 통과에 성공할 수도 있고 티후아나에 수개월을 추가로 머무르는 것이 더 나쁜 상황일지도 모른다. 법은 협소한 렌즈이며 항상 올바르거나 완벽한 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가 단지 입국이 거부될뿐 국가적 제재에 따른 고통을 받지 않는다면 망명 절차와 요건 구성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시급성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난민들이 아무런 준비나 정보 없이 국경을 넘으면 아무 이유 없이 고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우리는 그들에게 최선의 의견을 제시하며 도울 수밖에 없다. 

구금소 이민자들이 겪는 고통
신체·성적 학대, 열악한 환경 

현재 실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은 우리의 우려를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금소에 수용된 이민자들이 신체적, 성적 학대를 당하고 꼭 필요한 치료약을 공급받지 못하며 심지어는 열악한 수용 시설에서 사망하기까지 한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 정보를 듣거나 자녀들과 분리될지도 모를 위험하에 추방에 동의하는 서류에 서명을 강요받기도 한다. 오늘 나는 동행한 숙모가 애리조나에 구금되는 동안 6세 아동이 홀로 뉴욕으로 보내진 사례를 들었다. 지금 구금소와 국경에서 반 인권적 행위들로 인해 난민들이 당하는 괴로움은 망명 신청의 기준이 되는 고통에 버금간다.

멕시코 국경지대에서의 자원봉사는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 어려운 질문들로 채워졌다. 내가 영어 구사가 가능한 소규모의 난민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했을 때 언제나 따듯한 지역에서만 살았던 한 남성은 '냉동박스'에 깊이 근심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 그들은 그곳을 그렇게 춥게 만들었냐"고 물었다. 한 여성은 심사를 통과하여 망명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어도 도로 멕시코로 보내지는 조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을 미국 정부는 '멕시코에 남겨두는 정책(Remain In Mexico policy)'이라 부른다. 어떤 망명 신청자들은 미국에서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멕시코로 보내져 살도록 조치된다. 그것은 변호사 선임과 면담부터 망명의 이유를 증명하는 증거를 수집하는 일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녀는 내게 물었다. "도대체 왜 우리를 도로 멕시코로 보내는 것인가?" 

난민 지원 연료 '사랑과 분노' 
구조적 인종차별 이민 시스템 

우리의 자원봉사를 이끌었던 단체 관계자는 난민 지원 활동은 사랑과 분노라는 두 가지 연료로 굴러간다고 표현했다. 나는 거기에 머무는 동안 두 연료가 완전히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으며 어떻게 두 가지 상반된 요소가 공존하는지 확인했다. 폭력과 억압 그리고 구조적 인종차별로 둘러싸인 우리의 이민 시스템은 관대하지 않고 그것은 특별히 새롭지도 않다. 사람들은 인간의 역사에서 비슷한 사유로 고통받는다. 내게 있어 이해하기 힘든 것은 사람들이 시스템 안에 홀로 버려지고 그들의 커뮤니티는 거기에 무관심하며 우리는 잘못에 대응하지 않는 점이다. 하나의 그룹이 다른 그룹을 증오하고 공포에 떨게 하는 행위는 절대 옳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만약 당신이 억압자가 아니라면 동지이다. 두 가지 다 아니기는 힘들다. 

국경 자원봉사 활동은 엔진이 고장난 불타는 비행기가 조종사도 없이 날려고 시도하는 형국이었다. 이것은 봉사활동 주관 단체가 그들의 활동을 설명할 때 즐겨 쓰는 나도 공감하는 비유다. 국경지대에서 난민들을 돕는 활동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혼란과의 싸움이었다. 티후아나에서의 자원봉사가 끝날 즈음에 나는 완벽한 종결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반면에 현행 이민법에 근거하여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로서 많은 생각거리를 안게 되었다. 우리는 이민개혁을 통한 제도의 개선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현 시스템 안에서 당장 구제가 절실한 고장난 비행기의 승객도 구해야 한다. 또한 이민개혁으로 도달할 세계가 우리가 애초에 출발한 시스템보다 진정 더 나을지도 의문이다.

이번에 나는 우리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지칭하는 '반대편(The other side.난민 구호단체 'Al Otro Lado'의 뜻이기도 하다)에 가 볼 기회를 가졌다. 그곳에서 나는 확인했다. 반대편이란 없으며 모든 곳이 사람이 사는 하나의 터전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경은 무용지물이다. 장벽은 인위적으로 지어졌지만 사람들은 하나다. 하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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